저는 올해 초, 스타트업의 데이터 분석가로 입사했습니다. 직무를 피벗 하면서 주도적으로 일하는 것을 원했던 저에게 참 감사한 순간이었습니다.기쁨도 잠시, 저는 많은 부담감에 시달렸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제가 1인 분석가였기 때문이죠.
기존에 조직에는 데이터 분석가가 없었던 상황이었고, 저는 R&R을 새롭게 만들어 나감과 동시에 조직에 데이터를 통해 기여하기 위해서 고민했습니다.
이때 제가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내가 틀리면 어떡하지?'와 같은 두려움의 부류였습니다. 그래서 업무 외 시간에는 닥치는 대로 '데이터'라는 키워드가 들어가 있는 거의 모든 강의, 세미나, 네트워킹, 스터디 등에 참여해 왔습니다.
그렇게 반년 가까이를 보내면서 미니 번아웃과 채찍질을 반복했고, 지금도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초반보다는 직무적으로, 삶의 방식에서도 조금은 요령이 생긴 것 같아 정리하는 마음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많은 데이터 분석가 분들이 알고 계시듯이, 분석가의 역할은 스펙트럼이 정말 넓기 때문에 어떤 주제를 쓸까 고민하다가 가장 어려운 데이터 문화, 그 중에서도 분석을 통해 변화를 일으키는 '행동'을 촉구하는 것에 고민했던 내용을 쓰게됐습니다.
제가 데이터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은 성윤 님의 강의 PM을 위한 데이터 리터러시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요. 여기서는 크게 데이터 문화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요소로 기술적 관점, 역량 관점, 인식과 경험 관점으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이전에는 데이터 문화의 기술적 관점, 역량 관점을 주로 다뤘던 글을 적었었는데 이번에는 인식과 경험 관점에 관한 글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이 글을 통해 저와 비슷한 상황이신 분들과 공감하고 싶고, 조언을 얻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 글의 목적
데이터 분석가로 재직하며 조직의 데이터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 그중 조직이 행동하게 하는 것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예상 독자
데이터를 통해 조직의 행동 변화를 만들고 싶은 데이터 분석가, PM, 그 외 모든 구성원
입사 초반의 이야기
본격적으로 조직의 행동 촉구에 대한 내용을 말하기 전에, 입사 초반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 합니다.
입사 후 한 달 동안은 조직의 데이터 구조를 파악하기 위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당시에는 많은 데이터 추출 요청을 처리하면서 내부 DB의 테이블 구성과 특징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양한 데이터 요청들에 대해서 이것들을 왜 보시고 어디에 사용하려고 하시는지 끊임없이 물어보고, 이 데이터들을 찾으려고 여러 가지 문서를 검색해 보면서 어디에 어떤 정보가 들어있는지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외 시간은 조직의 비즈니스 모델을 확인하고 어떤 구조로 수입원을 얻는지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주로 어떤 지표를 중요하게 보는지, 그것들을 트래킹 하여 어떤 액션을 취했는지를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구성원들과 커피챗을 진행하면서 현재 가장 해결하고 싶은 문제들을 물어보며 이것들을 데이터로 어떻게 도와드릴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제품에서 더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사이드는 데이터 트래킹이 상대적으로 잘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에, 꼭 필요하지만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덜한 사이드는 제대로 트래킹이 되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서비스에 관한 문제를 가설나무를 활용해서 MECE 하게 쪼개고, 어떤 지표들을 봐야 할지, 이후에는 어떤 Action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표가 없는 상태에서 가설나무를 그리면, 어떤 지표를 뽑아야 할지 가이드가 생깁니다. 이때 DAU, MAU와 같은 기본적인 지표부터 리텐션, 코호트 차트, 퍼널 차트 등을 구축하고 과거와 데이터 분석을 진행하고 앞으로의 Action Plan들을 정리하여 조직의 경영진과 함께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참 떨렸습니다. 고작 한 달 밖에 안된 사람이 바로 회사를 설립한 경영진과 이야기를 하려니 부담감이 컸었죠. 조직의 현재 상황을 냉철하게 전달하는 용기도 데이터 분석가에겐 항상 요구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용기를 위해서는 내가 도출한 인사이트가 편향되지는 않았는지, 신뢰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경영진의 의사결정 과정은 좀 더 거시적인 측면이 강합니다. 미래를 생각하면서 전사의 방향을 맞추어 가야 하기 때문이죠. 기존의 히스토리를 잘 알지 못했던 상황에서 제시했던 큼지막한 액션 플랜들은 바로 적용하기 조금 어려웠고, 몇 가지는 진행하기로 하였으나 진행이 더뎠습니다.
그 이후
저는 진행이 더딘 이유가 제가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그리고 현업의 실제 고민과 괴리가 있어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경영진, 현업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어 가면서 실제로 데이터를 통해 도움을 주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구성원들이 데이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데이터 마트, 대시보드를 만들고 분석 보고서를 공유하고 미팅을 가졌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순간부터 이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나는 다양한 것들을 했는데, 왜 바뀌는 게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제가 작성한 회의록, 컨플루언스, 대시보드는 점점 쌓여만 가는데 내가 개선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왜 그런지를 깊게 고민해 보니 몇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 더 긴급하고 중요한 일을 처리하는데 리소스를 사용하느라
- 액션에 필요한 비용이 부담돼서
- 아직 액션을 실행할 최적기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 주도적으로 액션을 실행할 사람이 없어서
여러 이유 가운데 주된 부분은 비즈니스 임팩트와 관련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석을 통해 가설과 액션을 설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액션을 해서 얻을 수 이익이 어느 정도가 되는지를 알아야 그것에 자원을 투입할 수 있다는 점이죠.
결국 기존의 아이템에 대한 생각은 '해서 좋은 건 알지만, 뭐가 얼마나 좋은지는 모르니까 일단 급한 것부터 할게'의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특정 지표를 개선하기 위한 가설을 세우는 것과, 비즈니스 임팩트를 계산하는 일은 또 다른 일이었습니다.
없던 데이터를 볼 수 있도록 만들고, 그것들을 쉽게 볼 수 있게 하고, 거기서 중요한 것들을 지표화하고, 해석해서 이런 것들을 하면 좋을 것 같다. 까지 제안했지만 그래서 그것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까지 증명을 해야 하니, 참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정적인 자원을 적절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투자 시장이 얼어붙고 매출과 영업이익이 주요 지표가 된 요즘 상황에서는 이 비즈니스 임팩트라는 것이 더 중요한 개념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저는 조직의 매출액, 고정비, 변동비, 공헌이익, LTV, CAC, payback period 등의 지표를 살펴보면서 어떤 지표의 개선이 가져올 수 있는 유닛이코노믹스를 계산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말 삽질을 많이 했는데, 이와 관련된 내용은 추후에 다른 글로 더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이 부분에서 재밌었던 점은 리텐션 1%p를 개선하는 것보다 객단가와 고객수를 높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큰 임팩트를 준다는 것이었는데요. 정량적으로 임팩트를 수치화하고, 이런저런 관점에서 보니까 왜 특정 아이템들의 진행 속도가 더뎠는지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결국에 경영진, 현업의 의사 결정자들은 직관적으로 당장 수익, 비용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을 우선순위로 해결하려 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즈니스 임팩트를 계산한 이후 기존의 아이템 리스트를 가지고 지금 하는 일보다 더 큰 임팩트를 낼 수 있으니까 우선순위를 조정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상 좀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정의한 문제는 '데이터를 통한 의사결정으로 행동을 하는 것이 더디다.'라는 것이었기 때문에, 조금 다른 측면에서부터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첫 번째로, 조직의 데이터 성공경험을 많이 만드는 것입니다.
성윤 님의 강의 PM을 위한 데이터 리터러시에서는 조직 구성원들에게 데이터 기반의 성공 경험을 계속해서 만들어나가는 것이 데이터 문화의 형성에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사람을 변화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난이도가 높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사람이란 변수는 정말 다양하기 때문에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일단 조직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액션 하기 쉬운 상대들을 찾아서 데이터를 통한 컨설팅(?)을 진행했습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기능을 기획해야 하는 디자이너에게 유관한 기존 기능들에 대한 데이터 리포트를 공유해서 기획의 발판을 마련해주었습니다.
이 경우에는 어차피 해야하는 일이면서도 데이터를 통해서 더 좋은 결과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케이스였습니다.
이외에도 마케팅 문구를 조금 달리해보는 실험을 설계해보는 것,
준수되어야 할 리스크 지표를 raw data로 보고 계시는 분에게 리스크 대시보드를 만들어주는 것 등의 시도를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신규 기능을 런칭해 이것의 효과를 확인하고, 특정 지표의 개선을 하고, 대시보드를 통해서 위험 요소를 사전에 대비하는 등 크고 작은 경험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전략가의 포지션을 만드는 것입니다.
강의에서는 데이터를 보조적인 역할이 아닌, 주도적인 역할로 인지하도록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사실 이것은 다른 것들보다 저한테는 조금 쉬웠는데요. 데이터 추출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분석과 이것을 통한 액션 아이템을 계속해서 함께 전달했습니다.
특히 저는 액션이 더딘 것에 답답함을 느껴서 아예 조직 내에서 구조적인 운신의 폭을 넓혔습니다. 입사 초기를 말씀드리며 설명했던 관리되지 않던 사이드의 액션을 촉구하기 위해서 TFT 설립을 제안해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조직 내 포지션에서 액션을 주도적으로 촉구하기 위해서 기존팀에서 PM팀으로 이동을 요청을 해서 옮겼습니다.
실제로 이동 이후 PM과 기존보다 더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속도감 있게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부분에선 스타트업이 주도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부분에서 강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서 산출한 비즈니스 임팩트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이 임팩트를 대략적으로라도 측정할 수 있는 이상, 우리는 대부분의 것을 정량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실제로 어떤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더 좋은 고민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됩니다.
또, 제안을 할 때에도 힘을 실어주고 일의 우선순위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기존보다 더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임팩트를 제시한다고 해도, 사실 앞서 말한 두 가지 방법이 수반되지 않으면 시행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아무리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제안도 그것을 말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신뢰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년 만에 데이터 문화를 논하는 것은 조금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아직 부족함을 느끼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이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행착오를 겪으며 조금 더 성장하는 제 모습을 깨달았을 때, 미니 번아웃이 오지 않고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 일을 하며 느꼈던 점은, 데이터 분석가는 시야를 넓게 가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행동이 왜 안되는지를 생각하다 보니, 경영자의 마인드에서 자꾸 생각하게 되는 관점의 전환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것이 중요한 건지, 우선순위의 우위에 있는 것인지를 조금은 더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눈이 조금은 키워진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로 데이터 분석가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서 고민의 비중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금이 돌지 않는 현재 시점에서는 더 보수적으로 비즈니스 관점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경직된 상황에서도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영감을 받은 곳
- PM을 위한 데이터 리터러시 인프런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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